보도자료

[우리말과 한국문학] 욕은 지하철을 타고

2020년 ssy0805 21-03-03 486

제목: [우리말과 한국문학] 욕은 지하철을 타고

매체: 영남일보

일자: 2020-12-24

전문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01223010003352


학생들 대화 속 난무하는 욕
TV 예능도 '삐~'소리 가득
멋인 양 문제의식 없이 사용
아이·어른 함께 일상 말에서
욕 지워 나가려는 노력 필요 


필자는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가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그럴 때마다 학생들의 대화 소리에 움찔 놀라고는 한다. 학생들이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큰 소리로 나누는 대화 속에 욕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기분이 나빴던 이야기를 할 때뿐만 아니라 정말 즐거웠던 이야기를 할 때도, 상대방의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일 때에도, 끊이지 않게 욕을 섞어서 말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친구들끼리의 사적인 대화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필자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조별 활동을 수행하는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 종종 욕설이 들렸다. 욕을 한 학생에게 주의를 주자, 자기도 모르게 뱉은 말이라며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사적인 대화뿐 아니라 공적인 수업 시간에도 습관으로 인해 욕 사용을 멈추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학생들이 욕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그것이 일상적 언어가 되어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일상적인 욕 사용이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한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필자는 우려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지원자들이 경연을 하면 심사자가 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심사자의 평가 속에 '삐~' 소리가 가득했다. 지원자들이 좋은 무대를 보여주지 못했을 때보다 오히려 지원자들의 실력에 감탄을 하거나 무대가 매우 좋았을 때 심사자들은 욕이 섞인 심사평을 했다. '정말 좋다'는 것을 나타내는 최고의 표현인 듯 욕을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방송에서 욕이 그대로 노출되지는 않았다. '삐~' 소리로 음성은 덮였고 자막에는 욕 대신 '정말, 매우' 등의 다른 표현이 쓰였다. 그렇지만 누가 보더라도 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제작진은 출연자들에게 욕설 사용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려스러운 점은 TV 프로그램에서도 욕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 중 일부는 욕을 사용하는 것이 부끄럽거나 나쁜 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멋으로, 그들의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 시청자가 힙합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일상적인 욕 사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어떠한 것이 있을까. 혼자 있을 때보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욕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집단 언어개선 활동이 효과적인데, 이때 학교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학교 차원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방안으로 본인 또는 친구의 욕 사용 실태를 기록하도록 하면 자신의 언어습관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욕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욕의 뜻을 정확히 알려주고 욕 대용어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욕을 사용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구나라는 인식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눈에 띄기 위해 간판이나 식당 메뉴에 욕을 사용한다든지, TV 프로그램에서 욕설이 섞인 표현을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등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는 일상의 말들에서 욕을 지워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노력한다면 욕이 들리지 않는 지하철을 탈 수 있지 않을까.


김수정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BK사업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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