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우리말과 한국문학] 같지만 다를 수밖에 없음_홍미주

2021년 admin 21-06-10 459

제목: [우리말과 한국문학] 같지만 다를 수밖에 없음_홍미주

매체: 영남일보

일자: 2021-06-10

전문: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10609010001133

남북한 화법의 차이로 인한
북이탈주민 적응의 어려움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위해
사고·표현의 다름 인정하고
배척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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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주 경북대 교양교육센터 강의초빙교수

몇 해 전 수업에서 북한에서 온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 학생과 글쓰기와 말하기에 관해 상담하다가 한국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우리말을 쓰는데 가장 어려운 것이 언어라니, 처음에는 의아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용어표현이나 말투가 남한과 달라 자신을 오해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남한과 북한에서 쓰는 말이나 표현은 어떻게 다를까? 가장 널리 알려진 건 하나의 대상을 남과 북에서 다르게 지칭하는 경우다. 남한에서는 '나이테', 북한에서는 '해돌이'라고 하는 것이 그 예다. 다음으로 형태는 같은데 의미가 조금 다른 경우다. 남한에서는 '소용이나 필요가 없다'를 의미하는 '일없다'가 북한에서는 가벼운 사양을 표현하거나 '괜찮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리고 언어예절 측면에서, 북한에서는 경어법과 관련된 표현이 제한적으로 사용되거나 일상에서 존칭표현들을 남한에 비해 덜 쓴다. 북한에서는 '여사(女士), 자제(子弟), 댁'과 같은 단어와 '~께서' '~님' '~시~' 등의 존칭 표현들은 김일성과 그 가계에만 사용된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에 비해 일상에서 존칭 표현들을 덜 쓰게 되는데, 이 때문에 남한사람들에게는 무례하게 들리기도 한다.

화법에서도 차이가 난다. 거절할 때 남한 사람들은 상대방을 생각해 간접적으로 거절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어려울 것 같다'라고 하거나, 요청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거절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말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거절을 간접적으로 하기보다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한다고 한다. 때문에 북한 사람 입장에서는 거절한 것인지, 요청을 받아들인 것인지 확실하게 알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남한사람 입장에서는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거절을 듣고 체면을 상한다거나 상대방이 무례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의 '2016년 남북 언어 의식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 북한이탈주민과 접촉한 경험이 있는 접촉국민, 북한이탈주민 모두 북한이탈주민들이 직설적으로 말하며 순우리말과 공격적인 표현을 많이 쓴다고 인식했다. 이렇게 북한이탈주민이 직설적이고 공격적으로 말한다고 느끼는 것은 북한에서 존칭표현을 일상에서 많이 쓰지 않고, 거절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사소한 일에는 감사의 인사를 잘 하지 않는 말하기 방식 등에서 연유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온 학생이 남한사람들에게 공격적이고 강하게 말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까.

북한이탈주민들도 남한에서 생활하는 만큼 남한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남한의 언어를 익히고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남한 사람들도 북한사람들이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언어적 표현에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인식하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잘못 쓰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에는 외국인이니까 그렇지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 그럴 경우에는 '남한과 같은 한국어를 쓰는데 왜 저렇게 말하지' 하고 이해를 못 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쓰기는 하지만, 다른 체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남한 사람과 사고방식이나 말하는 방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배척하지 않는 게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홍미주 경북대 교양교육센터 강의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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