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우리말과 한국문학] 당신의 문해력은 안녕하십니까?_안미애

2021년 admin 21-07-12 595

제목: [우리말과 한국문학] 당신의 문해력은 안녕하십니까?_안미애

매체: 영남일보

일자: 2021-07-01

전문: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10630010003860


삶에 필요한 표현력의 기반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문해력
단시간에 신장시킬 수 없어
집중해서 읽는 습관 들이며
꾸준히 연마하고 노력해야
안미애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얼마 전 EBS에서 방영한 '당신의 문해력은'이란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보았다. 이 프로그램은 성인과 청소년의 읽기 능력의 저하를 문제 삼고 있다. 방송 이후 서점에서는 프로그램의 이름을 딴 그림책을 꾸러미로 묶어 판매하고, 해당 방송 누리집의 게시판에 있는 성인 문해력 시험 글의 조회 수는 57만 개가 넘었다. 최근 문해력 관련 글들이 누리 소통망에서 자주 보이는 걸 보면 이 방송 덕분에 문해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기도 하다.

문해력은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일 또는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최근에는 문해의 대상이 문자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영상 등으로 확장되었지만, 여전히 문해력은 전통적인 읽기 능력을 기반으로 한다. '사흘'의 사를 '4'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2020년 7월의 사례도 어휘력의 문제이므로 결국 문해력이 문제인 사건이다.

문해력은 배워야 얻을 수 있고, 노력해야 유지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한 번 획득한 문해력이 영원하지는 않다. '다시, 책으로'(2019)에서 저자인, 인지 심리학자이자 아동 발달학자인 매리언 울프는 긴 글을 오랜만에 읽으려고 하니 집중도 이해도 잘되지 않더라는 고백을 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메뚜기처럼 링크를 뛰어넘으며 읽거나 짤막한 글만 읽다가 긴 글을 집중해서 읽으려니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동의한다. 안 읽다가 읽으려면 힘들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1학기가 생각난다. 비대면 강의를 처음 시작한 학기라 공지할 게 많았다. 주로 인터넷 강의실의 게시판을 이용해 공지 사항을 올렸는데, 신기하게도 공지 글의 길이가 길수록 질문이 많았다. 질문의 내용은 주로 공지 속에 있는 내용을 본인이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대한 확인이었다. 긴 글을 읽기 싫었을 수도 있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공지를 쓸 때마다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요약해 붙여주었다. 이후부터는 질문이 줄어들었다. 그 학기의 강의 평가에서는 '공지 글이 많고, 글의 길이가 길어 글을 읽기 힘든 경우가 많았는데, 교수님은 요약을 글 앞에 붙여줘서 좋았다'란 평가를 만났다. 요약만 읽었다는 이야기이다.

필자 주변에서도 '읽기'와 거리를 두는 경우를 종종 본다. 책과 매우 가깝던 필자의 가족도 요즘은 유튜브의 매력에 빠져있다. 나이가 드니 책 읽기가 싫다고 한다. 친구의 아이는 소설을 책으로 읽기 싫어 유튜브로 해당 소설의 영화를 찾아보았다고 한다. 영상 보기가 글 읽기보다 이해하기 쉽고 재미도 있어서일 것이다.

다시 '당신의 문해력은' 프로그램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방송을 본 아이의 친구 엄마들이 저 문해력 책 꾸러미를 사면 어떨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 책들은 아이들의 언어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내용들이니 당연히 있으면 좋은 책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문해력이 책 한 꾸러미만으로 키워지는 능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인 문해력 시험 문제에는 사용 설명서 이해도를 묻는 문제가 있었고 중학생 대상 문제에는 문장 속 단어 뜻을 묻는 문제가 있었다.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라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문해력은 삶에 필요한 능력이다. 살면서 꾸준히 갈고닦아야 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문해력이 기반이 되면 쓰기나 말하기 같은 표현 능력도 더 잘 키울 수 있다. 그냥 대충 읽는 게 아니라 집중해서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읽기가 문해력을 키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글 한 편, 손에 잡히는 책 한 권이라도 조금씩 집중해 읽어보면 어떨까. 이런 하루가 쌓이다 보면 문해력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안미애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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