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우리말과 한국문학] 오던지 가던지?_김수정

2021년 admin 21-09-16 368

제목: [우리말과 한국문학] 오던지 가던지?_김수정

매체: 영남일보

일자: 2021-08-26

전문: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10824010003133


문법에 맞지않는 용어 사용
일상 언어생활을 통해 발생
어미 '던지'와 '든지'의 혼동
의미 전달·이미지에 악영향
정확한 표현 위해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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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BK교육연구단 연구교수

5년 만에 열린 도쿄올림픽이 끝이 났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한여름 뜨거운 감동과 용기를 준 의미 있는 올림픽이 아니었나 싶다. 필자도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며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런데 그 승부의 순간에도 직업병이 문제가 된다. 해설위원의 말 중 간혹 잘못된 표현들이 귀에 들어와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한 예로 출전한 선수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던 해설위원이 "중학교 시절부터 어떤 선수를 누가 가리켰습니다"라고 말했는데, '가리키다'의 사전적 의미는 '손가락 따위로 어떤 방향이나 대상을 집어서 보이거나 말하거나 알리다' 이므로 이러한 경우에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리키다'가 아니라 '지식이나 기능, 이치 따위를 깨닫게 하거나 익히게 하다'의 의미를 나타내는 '가르치다'를 사용해야 적절한 표현이다.

'가르치다'와 '가리키다'의 혼동은 특정 해설위원의 문제라기보다는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잘못된 표현의 하나다. 필자가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리포트를 받고 채점을 할 때면 다양한 표현의 오류들을 보게 된다.

많은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범하는 잘못된 표현의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되'와 '돼'의 구분이다. 예를 들어, "걱정이 안 되/돼"라는 문장이 있을 때, 많은 학생들이 어떤 표현이 적절한지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이 문제의 열쇠는 '돼'가 '되어'의 준말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만 기억하면 어떤 문장이든 구분할 수 있다. 예문의 경우는 어간 '되-'에 어미 '-어'가 붙은 '되어'의 준말이므로 "걱정이 안 돼"와 같이 '돼'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 즉 어간 '되-'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어, -어서, -었-' 등이 붙은 '되어, 되어서, 되었-'이 줄면 '돼, 돼서, 됐-'과 같이 '돼'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그 외에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니, -고, -며' 등이 붙으면, '되어'가 '돼'로 줄어들 수 있는 환경이 없으므로 '되니, 되고, 되며'와 같이 '되'의 형태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

또 다른 예로 어미 '-던지'와 '-든지'를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다. 아마 '던'과 '든'의 발음이 비슷해서 혼동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발음의 유사성과 달리 '-던지'와 '-든지'의 의미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던지'는 과거의 일을 회상하여 말할 때 사용하는 어미이고 '-든지'는 선택의 뜻을 나타내는 어미다. 즉 "집에 가든지 학교에 가든지 해라"와 같이 나열된 동작이나 상태, 대상들 중에서 어느 것이든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든지'가 쓰여야 하는데, "집에 가던지 학교에 가던지 해라"와 같이 잘못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대로 과거의 일을 회상하여 말하는 경우임에도 '-던지'가 아닌 '-든지'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에 표현의 오류가 있다고 해서 점수에 크게 반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리포트를 읽는 내내 여기저기서 잘못된 표현들이 눈에 띈다면 당연히 좋은 인상을 받기는 어렵다. 사적인 글쓰기와 말하기만 하면서 살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공적인 글쓰기와 말하기를 해야 한다. 잘못된 표현의 사용이 내가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의 전달을 어렵게 하고 나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여 좀 더 정확하고 적절한 표현을 쓰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수정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BK교육연구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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