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우리말과 한국문학] 가을의 명절, 고향과 타향의 합일_칸 앞잘

2021년 admin 21-10-06 34

제목: [우리말과 한국문학] 가을의 명절, 고향과 타향의 합일_칸 앞잘

매체: 영남일보

일자: 2021-09-23

전문: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10922010002662


정나누는 명절 추석과 중양절
함세덕은 가족 갈등 형상화해
최인훈은 타향살이 고독 표출
선량한 신 찬양하는 인도 명절
고향과 타향 구분 중시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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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연구교수

사계절 중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겨울에 얼어 죽었다가 봄에 재생한 땅에서 농부들이 여름 내내 노력한 성과를 이때가 되면 거둔다. 수확의 성과가 좋으면 뒤따를 추운 겨울에 무난하게 잘 지낼 수 있다. 풍성한 수확이 커다란 기쁨을 가져다주니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이 모여서 풍년을 축하한다는 가을의 명절은 우리 삶에서 중요한 위상을 지닌다.

서로 모여 정을 나누고 하나가 되어 자연과 함께 즐기는 이 가을의 명절로 한가위와 중양절이 유명하다. 한가위와 중양절에 고향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한가위는 가배, 가위, 즉 한 달의 가운데라는 뜻으로, 흔히 추석이라 부른다. 한국에서 추석은 신라 경덕왕 때부터 존재해온 명절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때는 사람들이 달맞이도 하고 왕이 백성들과 잔치를 한다. 중국에서 추석이 한나라 때 상아(嫦娥)라는 선녀가 달의 신이 되어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는다는 전설에 기반하여 당나라의 현종(玄宗) 때부터 유행되기 시작한 명절이라 알려진다.

한국문학에 등장한 추석의 사례로 함세덕은 '추석'(1940)이라는 희곡에서 문학의 현상문예에 낙선을 거듭하여 재능에 좌절한 경주의 지식인과 그 일가의 가족 갈등을 형상화하였다. 즉 일제의 파시즘 체제하에 살고 있었던 친일작가 함세덕은 수확의 기쁨과 가족의 단원(團圓)을 상징한다는 이 명절에 오히려 가족의 불화와 노력하다 실패한 인물을 그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극작가가 추석 때 고향에 있어도 기뻐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문학에 등장한 중양절의 사례로 북쪽에서 월남한 '광장'의 작가인 최인훈은 '하늘의 다리'(1970)라는 소설에서 중국 당나라 시인인 왕유가 소년 시절 지은 '九月九日憶山東兄弟(9월9일에 고향의 형제를 그리워하며)'를 인용하면서 "타향살이하는 몸이 명절을 당할 때마다 집 생각이 난다" "오늘은 모두 산에 가서 산수유 꽃을 머리에 꽂는 날인데 나만 빠졌구나"라며 심정을 표출했다.

최인훈은 타향에 있기에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였고, 이 소설의 주인공은 곧 그러한 신세의 인물로 등장하는데, 그는 너무나 외로워서 한 명의 여인에게 관심을 가졌다가 좌절하여 정신적 환각 문제까지 발생하였다. 가을의 명절을 타인의 고향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은 남의 기쁨을 같이 체험하지 못하고 단지 보기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인훈의 문학에서 가을의 명절이 기쁨의 것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은 함세덕의 그것과 동일하다. 따라서 가을 명절 때 인물이 고향에 있는 것과 타향에 있는 것은 한국문학에 있어서 별 차이가 안 나게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을의 명절에 고향과 타향의 괴리감이 크게 느껴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가령 남아시아 국가인 인도의 가을 명절인 '디왈리(Diwali)'나 '처트 푸자(Chatt Puja)'를 참고해서 보자. 그것들은 모두 선량한 신의 위대함을 찬양하기 위해 잔치하고 노래하는 날이니 고향과 타향의 구분이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게 된다. 가령 한반도에서 남북 민중들을 합일시킬 수 있는 조상신(祖上神)을 통해서 가을 명절을 축하한다면 한국문학에서 폭력으로 인해 상흔이 많았던 부분들이 치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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