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우리말과 한국문학] 문학 속의 부처는 어떻게 그려져야 하는가_칸앞잘

2022년 admin 22-05-25 364

제목: [우리말과 한국문학] 문학 속의 부처는 어떻게 그려져야 하는가_칸앞잘

매체: 영남일보

일자: 2022-04-21

전문: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20420010002608


다양한 삶의 경험·지혜 통해
인생 번뇌에서 벗어나는 법
중생에게 설법·가르친 부처
헤르만 헤세·장혁주 소설 속
진리 탐구의 모습으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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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연구교수)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부처는 명예, 권력, 돈을 뒤따르는 인생보다 어떻게 지혜를 활용해 번뇌가 없는 인생을 살 수 있는지를 가르치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추앙을 받아 성현(聖賢)에서 신격화(神格化)가 됐다.

부처는 원래 인도인이며 본명은 싯다르타 고타마이다. 주지하다시피 싯다르타는 일개의 왕자였으며 신의 대리인인 성직자가 아니었다. 그는 당시 브라만교의 성직자가 가르친 대로 살지 않고, 왕실에서 가출해서 다양한 삶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인생관을 만들어냈다. 그는 라마신에게 기도하거나 성직자에게 부탁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번뇌를 없애는 방법을 연구하고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교육까지 했다.

그렇다면 문학적으로 접근할 때 싯다르타 고타마에 대해서 어떻게 다뤄야 할까. 사실상 부처의 개인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문학 작품은 드물다. 우선 1922년에 발표된 독일 문학가인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를 들 수 있다. 그 다음에 1992년에 인도에서 발행된 대구 출신의 재일조선인인 장혁주의 '왕사성-고타마 붓다의 이야기'이다.

독일인 헤르만 헤세는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했고 부모를 따라 선교사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회의감을 느끼고 자신의 길을 추구하기 위해서 나선다. 헤르만 헤세는 이러한 자신의 이력을 소설 속의 부처에게 적용했다. 그의 소설에서는 싯다르타가 성직자로, 고타마가 부처로 설정된다. 싯다르타는 브라만교에서 탈출한 후 고타마 즉 불교의 지도자인 부처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부처의 가르침을 거부하고 부처에게 귀의한 친구인 고빈다를 떠나 유랑하다가 창녀와 교제해 자식을 둔다. 그는 무아의 경지에 이르도록 노력하다가 드디어 욕망의 문제를 극복하고 해탈을 얻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서 헤르만 헤세는 정신적으로는 불교 사상을 수용했으나 행동으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부처에 대한 헤르만 헤세의 표현 방식은 성직자로서의 싯다르타가 성직자 되기를 거부하고, 거룩하지 않는 식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달리 조선인 장혁주는 권력 싸움이 심한 왕실에서 탈출해 유랑하다가 존경을 받는 수행자인 싯다르타 고타마를 그렸다. 장혁주의 싯다르타 고타마는 여러 왕국들 사이에 활동하며 그들의 정치관계를 관찰하고 한 왕국에서 정착한다. 이 점에서 보아 장혁주는 역시 자신의 이력을 부처에게 투영시켰다. 장혁주는 식민지 시기에 자신의 문학을 통해 중국, 대만, 일본 심지어 유럽에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보였다. 그는 남북전쟁 기간에 분열된 조국의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결국은 일본을 자신의 피난처와 안식처로 선택했다.

그러나 장혁주는 자신만 생각하고 문학 속의 부처를 그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소설 서문에서 "나는 석가모니의 본래 가르침이 매우 궁금했다"며 "고대 인도의 역사 기록을 바탕에 두고 썼다"라고 고백했다. 즉 싯다르타 고타마의 진정한 모습을 탐색하기 위해 부처문학을 창작한 것이다. 문학은 작가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진다. 부처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을 찾아내 중생에게 설법함으로써 인류세계에 커다란 공헌을 해왔다. 코로나 시기인데다가 대국(大國)들의 폭력문제까지 직면하는 이때 장혁주의 이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인류의 정신 건강에 중요한 부처님이 오시는 날 각자 문학적으로 부처에 대해 접근해 보는 것이 어떨까.

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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