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우리말과 한국문학] 사투리의 쓸모_김덕호

2022년 admin 22-05-25 296

제목: [우리말과 한국문학] 사투리의 쓸모_김덕호

매체: 영남일보

일자: 2022-05-12

전문: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20511010001434


화자간 정서적 공감대 형성
생생한 고향의 언어 '사투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 새겨진
한국어 변천과정 연구 기반
잘 다듬고 보존·계승 해야
2022051101000359800014341
김덕호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얼마 전 대구경북 사투리와 관련하여 인터뷰한 적이 있다. 도중에 사투리가 국민의 의사소통에 방해가 되므로 빨리 표준어로 바꾸어야 한다고 하는 의견이 있다고 해서, 한참 동안 사투리의 쓸모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사투리는 과연 쓸모있는 언어인가? 버려야 하는 언어인가? 만일 쓸모가 있다면 어떤 면에서 그런 가치가 있는지 한번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

먼저, 사투리는 정서적 가치가 있다. 이 가치는 다른 말과의 차별적 판단과 관련 있지만, 동시에 동일한 사투리 화자들 간에는 친밀한 교감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고향 말에 대한 정서적인 공감이 존재하다 보니 타향에서 자신의 말과 비슷한 말투를 듣게 되면 친밀함과 애향심이 가득차게 된다. 오죽하면 사투리를 탯말이라고 표현하면서 태중에서 들었던 어머니의 말이라고 하여 정감을 높이는 사람들도 있다.

둘째, 사투리의 언어적 가치이다. 사투리는 우리말의 변천 과정을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옛말에 대한 적절한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 일단 현재 조사된 생생한 사투리를 연구 자료로 활용하면서, 옛 문헌에서만 본 적이 있는 특별한 어형을 사투리에서 발견하면서 문헌에 한정된 연구 시야를 넓혀 주기도 한다. 또한 다양한 사투리 변이가 이루어진 모습을 규명하는 연구를 통해 언어 변천의 특징과 어원적인 어휘군을 밝히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경상도 사투리에서 '어불다(어울리다)' '자불다(자다)' 등은 15세기 문헌에서 발견되는 '어다' '다'보다 더 고형인데, 현재 사투리에서 발견된다. 또한 사투리 '가오리(魚)'의 분포에서 발견된 변이형의 변화가 '가보리>가부리>가우리>가오리'로 되어 있어 순경음 ㅂ의 역사적인 변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사투리의 문화적 가치이다. 사투리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 있는 한국말을 좀 더 사실적으로 접근하면서 친숙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특히 문학 작품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면서 더욱 현장감 있는 사실적인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니 우짜다가그래 댔노?" "전쟁하다가 이래 안 댔심니꾜. 수류탄 쪼가리에 맞았심더. 얼른 낫지 않고 막 썩어 들어가기 땜에 군의관이 짤라 버립디더, 병원에서예"는 하근찬님의 '수난이대'에 나오는 대목인데, 경북 사투리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실제 이 소설의 배경은 경북 하양이다. "가실 볕이 오뉴월 볕허고 같기야 헐라디요마는 가실 볕도 하로가 달브고 이틀이 달브제라"는 조정래님의 '태백산맥'에 나오는 대목인데, 전라도 사투리의 정감 어린 표현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의 실제 배경은 전남 벌교와 지리산 주변이다. 이런 문화적 가치는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에도 활용되면서 현장감과 사실감을 높이고 있다.

넷째, 사투리의 경제적 가치이다. 사투리를 활용한 경제적 활동은 '언어 산업' 중의 하나이다. 실제로 사투리가 상품화되면서 산업적 쓸모를 증명하기도 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국립국어원과 경북대에서 진행한 사투리 상품아이디어 공모전이 그런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전남 광주의 송정역 시장에 개점한 '역서사소'란 사투리 디자인 전문 매장도 있다. 이러한 언어 산업에 적용되는 부분은 방언 상품, 방언 네이밍, 방언 문학, 방언 예술, 매스컴 방언, 방언 보존 운동, 방언 이벤트, 방언 대회, 방언 연극 등이 있다.

사투리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이 새겨져 있고 지역민의 정서가 녹아 있는 문화재와도 같아서 한국어의 보물 창고이다. 이 보물창고인 사투리의 쓸모를 생각하면서 소멸위기에 처한 사투리를 잘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김덕호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QUICK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