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우리말과 한국문학] 김치는 김치다_김덕호

2021년 admin 21-05-07 430

제목: [우리말과 한국문학] 김치는 김치다

매체: 영남일보

일자: 2021-04-01

전문: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10331010004769

김치가 자국의 음식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중국 모습에
달라진 문화적 위상 느껴져
수세기 거쳐 탄생한 명칭엔
우리민족 얼과 자부심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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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호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상큼한 신 냄새와 고추의 매캐한 맛, 마늘의 알싸한 향이 어우러진 김치는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한류의 분위기를 타고 김치가 새롭게 인식되면서 최근에는 건강식품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이제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알고자 할 때 가장 먹고 싶어 하는 한국 음식이다. 김치가 명실공히 한국 고유의 전통 발효식품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등록되면서 비롯된다. 2006년에는 미국의 헬스(Health)지에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침내 2013년 12월5일 제8차 유네스코 위원회에서 김장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확정되면서 김치의 문화적 가치는 세계적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되었다.

1996년 도쿄에서 열린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김치의 일본어 표현인 '기무치(kimuchi)'를 자기의 고유의 식품으로 등록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또한 김치가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주목을 받자 중국에서는 '파오차이(泡菜)'를 김치의 원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몇 십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을 폄훼할 때 등장하던 김치가 이제는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에서 슬그머니 자기의 고유한 절임 음식으로 둔갑시키거나 자기 나라와 관련이 있는 음식임을 주장하려고 한다. 이처럼 자국의 고유한 음식이라고 주장하고 싶어 하는 일본과 중국의 태도는 그만큼 김치의 위상이 높아진 방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한국의 고유한 김치가 훌륭한 식품이 아니라면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치는 이렇게 역사적으로 아픔이 있는 우리 민족의 대표 음식이다. 이는 동북아 3국이 서로 활발한 문화 교류로 인해 역사적으로 비슷한 음식 문화를 가지게 되면서 빚어진 오해이고, 그 가운데 한반도의 '김치'는 대륙의 절임 음식 문화를 받아들여 창의적으로 발전시킨 특별한 형태임이 분명하다.

중국에서 김치의 기원이라고 내세우는 파오차이는 만드는 방식이나 맛이 전혀 다른 별개의 음식이다. 파오차이는 소금에 절인 채소를 바로 발효하거나 끓인 뒤 발효하는 쓰촨 지방의 염장 채소인데 한국의 김치보다 유럽의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에 가깝다.

한국어에는 김치류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지'와 '김치'가 있다. '지'는 '디히>디이>지이>지'라는 변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라는 명칭은 시경(詩經)에 '是剝是菹 獻之皇祖(껍질 벗겨 지를 담가 조상께 바치고 제사 지내니)'라는 시구에서 절임 채소를 뜻하는 '저(菹)'에서 확인된다. 지는 현재 짠지, 오이지, 장아찌처럼 복합어 형태로 현대어에 남아 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지'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김치'형이 만들어진 이유는 한반도에서 절임 채소에 각종 양념과 고춧가루를 가미해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면서 다른 명칭이 필요했기 때문에 15세기 이전의 어느 시기에 '딤최(沈菜:아래아)'형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 단어가 '딤최(아래아)>딤츼>짐츼>짐치>김치'의 변천을 거쳐서 '김치'라는 명칭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런 언어 문화적인 배경을 보면 김치는 우리 민족이 고유하게 탄생시킨 명칭이며, 한민족의 고유한 맛이 배어 있는 전통적인 먹거리임이 분명하다. 중국의 파오차이와 전혀 다르고, 일본의 쓰케모노나 우리 김치의 모방품에 불과한 기무치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언어는 의미를 담은 그릇이며,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와 역사를 온전히 품고 있는 집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문화와 함께 이해하는 언어는 겨레의 얼이 되기도 하고 자부심이 되기도 한다.


김덕호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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