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우리말과 한국문학] 경주에서 풍기는 인도의 향불내_칸앞잘

2021년 admin 21-05-07 452

제목: [우리말과 한국문학] 경주에서 풍기는 인도의 향불내

매체: 영남일보

일자: 2021-04-15

전문: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10413010001883


서라벌이라는 경주의 옛 이름
고대 인도말 서르와벌서 유래
소설 '무녀도' 무당 굿도 유사
印 밀교시기서부터 교류 분명
최고 수행공간이자 천사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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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연구교수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는 '천사들의 도시'를 의미한다. 한국에는 이러한 곳이 없을까? 있다. 나는 경주라고 생각한다. 경주는 한국의 옛 도시이자 신라의 수도이며, 인도에 구도하러 간 혜초스님의 고향이다. 경주는 한국의 고전문학뿐만 아니라 현대 문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학문적 공간이다. 경주는 소설가 김동리의 문학에도 나오고, 최인훈의 문학에도 나온다. 경주를 빼고 한국문화사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나에게 경주는 아주 특별한 곳이다. 이곳에선 나에게 고향의 냄새, 인도의 향불내가 풍긴다. 경주는 서라벌이라는 옛 이름, 인도인 왕자를 숭배하는 불국사를 갖고 있다. 또 외국인이자 용신의 아들인 처용의 시가 및 산신 굿과 용신 굿을 하는 여자 무당을 위한 소설인 '무녀도'의 탄생지다. 그래서 나는 힘이 들 때나 외로울 때나 지칠 때에 늘 경주가 그립고 마음이 경주로 향하게 된다.

최인훈은 자신의 소설에서 불국사를 다루며 "난세를 사는 마음이 꿈에서라도 부처님을 보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나의 심정이 곧 그러하다.

한국 문화어문학 연구에 있어 고대 인도와 경주는 매우 중요한 대상이다. 현대 한국의 수도인 서울은 그 명칭이 경주인 서라벌에서 비롯된 것이며, 경주의 옛날 이름인 서라벌은 고대의 인도 말인 서르와벌에서 유래한 것이다. 따라서 서울과 경주는 인도와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하겠다.

옛 인도 말인 서르와벌의 뜻은 '지고무상(至高無上)' 또는 '최고의 세력'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나라의 수도는 최고의 세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용신의 아들 처용이 살던 서라벌은 최고의 세력을 누리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용은 동양 문화권에서 토속적인 신앙의 동물이다. 그러나 한자권에서 부르는 용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인도어의 나가(Naga)라는 신성한 뱀에 의한 것이다. 한자권 사람들은 인도의 불교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중도론을 외친 인도의 나가르주나 대사의 이름에 대해서 용수(龍樹)라고 번역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서라벌과 인도 사이에는 불교라는 연결고리로는 부족하다. 불교보다 훨씬 이전에 밀교라는 종교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경주 서라벌을 인도의 밀교와 연결하는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1936)는 한국에서 식민지 시기 서구 기독교의 압박감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토속적인 무속신앙의 문화를 형상화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는 한국의 무속신앙, 밀교 문화, 무당 문화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밀교, 무당, 무속 같은 단어는 한자에서 유래된 것이지만 원래는 샤먼이라고 불렸다. 샤먼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인 '샤르만'이며, 팔리어로 말하면 그대로 '사먼'이다. 인도에서는 고대부터 만트라(마음의 수행) 문화와 탄트라(몸의 수행) 문화가 존재해왔다. 사먼은 바로 탄트라(몸의 수행) 문화에 해당되는 풍속 문화다.

소설 '무녀도'에서 모화 무당이 굿하는 모습을 보면 인도의 무당이 하는 굿과 별 차이가 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서라벌이 인도의 밀교 시기에서부터 이미 서역인 인도와 문화적 교류를 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인도에 불경을 구하러 갔다가 밀교를 공부하게 된 혜초스님은 분명히 중대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나는 신라의 수도인 경주와 현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을 가장 좋은 수행 공간이자 향불을 피워주는 '천사가 사는 도시'라고 명명하고 싶다.


 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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