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국문학] 좋은 글의 선행 조건_김수정
2021년 admin 21-06-10 471
제목: [우리말과 한국문학] 좋은 글의 선행 조건_김수정
매체: 영남일보
일자: 2021-06-03
전문: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10601010000177
효과적으로 전해야 좋은글
글쓰기의 절차를 내재화해
집필·퇴고의 과정 거친다면
글쓰기 능력 신장할 수 있어
김수정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BK교육연구단 연구교수 |
우리는 평생 글을 쓰며 산다. 글쓰기가 직업인 작가·기자뿐 아니라 누구나 매일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를 하며 살아간다.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인 글은 우리의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글쓰기가 내 발목을 잡는다고 느낄 때가 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그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학생, 보고서 작성이 서툴러 상사에게 핀잔을 들은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내가 글만 좀 더 잘 썼어도…,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본인의 생각을 명확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글로 전달하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할 때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글쓰기의 절차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글쓰기에도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글을 쓰는 일을 집는 짓는 일에 비유한다. 집을 지을 때 무턱대고 벽돌을 쌓기 시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집을 짓는 동기와 목적을 설정하고 설계도를 만든 다음 설계도를 바탕으로 집의 각 부분들을 구축해 나간다. 글쓰기도 집짓기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절차가 필요하다. 바로 집필에 들어가서는 좋은 글을 쓰기 어렵다. 글을 쓰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글쓰기의 일반적인 절차는 '주제 설정-제재 마련-구상 및 개요 작성-집필-퇴고'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주제 설정은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로서 '무엇을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주제는 글의 중심적인 내용이자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다. 글쓴이가 본인 글의 주제를 명확하게 자각할 때 그 글을 읽는 사람도 글의 핵심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주제를 설정했다면 그 주제를 구체화하고 드러낼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마련해야 한다. 즉 글의 주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재를 마련하는 일도 집필 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글쓰기의 중요한 과정이다. 다음은 어떤 순서와 내용으로 글을 엮어 나갈 것인가를 구상하고 그것을 도식화하여 개요로 작성해야 한다. 개요는 글의 전체 구조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도를 작성하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세 단계를 거친 후에라야 집필에 들어갈 수 있다. 즉 본인 글의 주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 주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재를 마련하고, 전체적인 글의 짜임새를 구상하여 개요로 작성한 후 그에 따라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집필 후 퇴고의 과정도 필수적이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비문의 수정 등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글을 다듬고 고쳐나가는 과정이다. 이때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과 서로 글을 바꾸어 고쳐보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타인의 글을 고치면서 본인의 글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고, 이는 결국 자신의 글쓰기 능력 신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글쓰기의 절차에 따라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집필에 들어가는 것보다 번거롭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일정한 노력을 통해 글쓰기의 절차를 내재화하여 익숙해지면 텅 빈 종이 앞에서 첫 줄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시간과 글쓰기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글로 표현하는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의 절차를 기억하라! 당신도 충분히 좋은 글을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