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우리말과 한국문학] 향가로 본 노래의 힘-天地感動鬼神(천지감동귀신)_조유영

2022년 admin 22-05-25 243

제목: [우리말과 한국문학] 향가로 본 노래의 힘-天地感動鬼神(천지감동귀신)_조유영

매체: 영남일보

일자: 2022-04-07

전문: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20406010000668



신라인의 노래 '향가'에 담긴
감동과 재해·역병 극복의 힘
全신라인 아우르는 매개체
노래 통한 사람·세계의 변화
질병·전쟁 인한 세상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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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영 (제주대 국어교육과 교수)

옛 신라인들의 노래인 향가는 고려 후기 일연에 의해 편찬된 '삼국유사'에 14수의 작품이 남겨져 있다. 그 외 고려 전기 '균여전'에도 불교의 교리를 담은 '보현십원가(普賢十願歌)' 11수가 남겨져 있긴 하지만 신라인들의 노래는 아니다. 남아 있는 기록으로 보면 통일신라 말기에 각간(角干) 위홍(魏弘)과 대구화상(大矩和尙)이 진성여왕의 명을 받아 편찬한 향가집 '삼대목(三代目)'이 존재했었다고 하지만 불행히도 현재 전해지지는 않는다. 만약 '삼대목'이 소실되지 않고 지금도 남아 있었다면 우리의 향가 문학은 더욱 풍성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국유사' 소재 향가 14수는 신라인들의 노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유산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신라인들에게 향가는 지배층과 피지배층 모두를 아우르는 노래였다. 마를 캐던 서동은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노래를 지어 서라벌의 아이들에게 부르게 했고, 신라의 화랑과 승려들 또한 개인과 나라를 위해 향가를 지어 불렀으며, 신라 하대 원성왕과 같은 제왕도 향가인 신공사뇌가(身空詞腦歌)를 지었다는 기록이 남겨져 있다. 이처럼 신라인들은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사람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라인들은 오랫동안 향가를 숭상하면서 노래가 사람만이 아닌 천지와 귀신까지 감동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으로 인식했다. 진평왕 때 융천사(融天師)는 '혜성가(彗星歌)'를 지어 왜군을 물러나게 했고, 경덕왕 때에는 두 해가 나란히 나타나는 변고를 없애기 위해 월명사(月明師)가 '도솔가(兜率歌)'를 짓기도 하였다. 신라 성덕왕 때에는 동해 용에게 납치 당한 수로부인을 구하기 위해 '해가(海歌)'라는 노래를 지어 부르기도 하였으며, '처용가(處容歌)'는 신라인들에게 역신을 물리치는 노래로 널리 알려졌다. 이 외에도 신라인들은 '도천수대비가(禱千手大悲歌)'를 통해 어린 아이의 눈을 뜨게 하고, '우적가(遇賊歌)'를 불러 도적을 감화시키기도 하였다. 이처럼 신라인들에게 노래는 사람을 감화하여 변화시키고, 하늘의 변괴나 재해, 그리고 질병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현대에도 노래가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장면을 우리는 더러 본다. 1985년 서구의 팝스타들이 아프리카 난민을 위해 불렀던 'We Are The World'와 같은 노래,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이끌었던 영국 가수 데이비드 보위의 'Heroes'와 같은 노래는 세계사적 전환의 중심에서 세계인들에게 널리 사랑 받았던 노래들이다. 또한 최근 K-pop의 선두주자인 BTS는 최초로 유엔 총회장에서 'Permission To Dance'를 불러 세계의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바 있다. 이처럼 저 멀리 신라인들이 노래를 통해 사람과 세계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생각은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병에 고통받던 신라인들처럼 전 세계는 지금도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에 고통받고 있으며, 신라인들이 왜군의 침략을 두려워했던 것처럼 저 멀리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의 포연이 솟아오르고 있다. 우리 사회 또한 구성원들의 반목과 대립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어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쩌면 지금이 진정 신라인들이 꿈꾸었던 향가의 힘, 즉 노래의 힘이 우리 사회와 세계에 필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조유영 (제주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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