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우리말과 한국문학] 문화 도시 대구를 꿈꾸며_이승현

2022년 admin 22-08-24 344

제목: [우리말과 한국문학]  문화 도시 대구를 꿈꾸며_이승현

매체: 영남일보

일자: 2022-05-26

전문: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20525010003186


대구FC 기업구단 전환 논란
시민들의 즐거운 놀이 문화
산업 차원 산술적 계산 곤란
성공한 도시 다수 문화 공존
다양한 문화활동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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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지방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스포츠 뉴스 에나 나오던 대구FC 기사가 정치 뉴스에서 이슈화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가 시민구단은 기업구단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부터이다. 자치 단체 예산으로 축구팀을 운영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은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지역의 축구단은 지역의 문화이기에, 이를 단순히 축구단 운영이라는 산술적 관점에서만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문화의 관점에서 대구라는 도시를 진단해 보고자 한다.

요한 하위징아는 '호모 루덴스'라는 책에서 '놀이하는 인간' 개념을 내세운다. 이 개념은 놀이의 관점에서 인간의 창의적 활동을 설명하면서, 인간에게 놀이로서의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은 도시라는 공간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성공하는 도시는 문화, 즉 즐기고 놀 거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하버드대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의 '도시의 승리'를 참고할 만하다. 그에 따르면 도시는 혁신의 출발이며,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모여야 한다. 그런데 다양한 즐길 거리와 놀 거리가 있는 도시에 사람이 모이기에, 사람을 모으려면 문화가 필요하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가 말하는 성공한 도시들처럼 대구에도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고, 그 문화가 산업의 차원에서 발전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구에서 문화에 투자할 만한 주체가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 문화는 그 속성상 성공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니 문화를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순수예술을 지원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소위 순수예술은 대중성이 낮아 산업으로서 경제적인 파급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를 산업적인 제품의 관점에서 볼 수만은 없다. 작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았을 때, 그 수상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봉준호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경제적인 효과는 이후에 나타난다. 수상에 대한 관심과 환호는 한국문학이나 한국영화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인정을 받고 있는가 하는 가치 평가에 기인한다. 우리가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는 세계적인 승인이 한류라는 이름의 자부심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가능하고 누군가 그것을 향유할 수 있을 때, 문화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구FC의 축구를 보기 위해 대구에 진학했다느니, 가능하면 대구에 취업하고 싶다느니 하는 학생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아직 소수일지 모르지만, 대구FC가 누군가에게 즐거운 문화라는 방증이다.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축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면, 협찬을 통해 시가 나서서 시민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그것은 단순히 시 예산 편성에 따른 산술적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대구라는 지명을 통해 활력과 자부심을 불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대구시는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문화예술 지원이 단순한 생색내기가 아니라면, 성공한 도시 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원에 대한 점검과 함께 문화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 위축된 지역 분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문화 발전의 토대를 만들 자치 단체의 노력이 중요해 보인다.

 이승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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